10년 전과 비교해 일상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을 떠올려보자. 여러 가지가 떠오르겠지만,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단순한 전화기의 진화를 넘어선다.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집적된 손 안의 컴퓨터가 되었고,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기술 발전의 혜택은 우리 일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우리는 전 세계 누구와도 연결할 수 있으며, 일상 대부분의 일을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간단히 처리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진보를 이루었다. 스마트폰은 21세기 인류가 이뤄낸 기술 혁신의 다양한 산물 중 부분일 뿐이다. 스마트폰과 함께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누구나 개인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으며, 무제한의 정보 검색, 엔터테인먼트, 교육, 생활 편의에 필요한 종합 서비스가 디지털화 되어 언제 어디서나 제공받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3D 프린팅, 로봇, 자율주행, 드론, 블록체인과 같은 세부 기술의 발전은 비단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뿐 아니라, 사회가 움직이고 운영되는 방식, 더 나아가 사회 전체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정보기술이 다른 산업과 결합하여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제품과 서비스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며” 일상생활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모습을 바꾸는 디지털 혁신을 새로운 산업혁명의 도래로 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계적이거나 선형적으로 일어나기 보다는 사회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이며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 속도와 양상은 앞으로 10년 후 모습을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AI와 함께 하는 세상

이러한 배경에는 몇 년 사이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급부상한 AI가 있다. 집안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작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애플의 시리(Siri)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 자율주행 자동차, 타겟 마케팅, 감시 모니터링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쓰이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AI의 존재를 확실히 느끼게 된 계기는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 Mind)의 알파고(AlphaGo) 간 바둑 대결이 아닐까 싶다. 10의 170승이라는 경우의 수가 존재해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는 놀라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AI 성장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 인간 지능에 비견한 정도를 넘어서 우세하게까지 느껴지는 AI의 발전속도를 목도하며, 묻어두고 있던 AI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불안감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올랐다.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인공지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린 이후 1950년대부터 AI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탄 것은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는 자료, 즉,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였다.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 보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과거 수집될 수 없던 형태의 데이터가 수집가능하게 되었고, 저렴한 비용으로 이를 저장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하드웨어 발전이 뒤따랐다.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새로운 서비스에 접목하는 적용기술이 발달하면서, AI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원천이자 미래 사회의 기반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의존적인 사회, 데이터는 일상을 추출한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스포티파이(Spotify)는 이용자 취향을 정확히 예측하는 추천 서비스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해가고 있다. 약 6,000만 개 음원 보유를 강점으로 꼽지만, 실제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곡을 추천하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있다. 이렇듯 오늘날 초연결된 개인과 조직이 행한 사회 활동의 흔적은 막대한 데이터로 집적되고,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처리 및 분석되어 높은 수준의 예측모델이 만들어지며, 이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서비스로 연결된다.

전 세계 데이터양이 2018년 33ZB(제타바이트, 1ZB는 약 1조GB에 해당)에서 2025년 175ZB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64GB 용량의 스마트폰 2조 6000억대 분량임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조금은 손에 잡힌다. 데이터의 양적 성장에 힘입어, “데이터 활용이 모든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며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데이터 경제(Data Economy)가 부상하고 있다. 노동이나 자본과 같이 데이터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년동안 AI를 비즈니스에 접목한 기업수가 270% 증가했으며, 글로벌 AI 시장은 2027년에 26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 Oberlo, https://www.oberlo.com/blog/artificial-intelligence-statistics)

지난 4년동안 AI를 비즈니스에 접목한 기업수가 270% 증가했으며, 글로벌 AI 시장은 2027년에 26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출처: Oberlo, https://www.oberlo.com/blog/artificial-intelligence-statistics)

로봇으로 공장의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것처럼,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기업의 업무 환경을 필요에 맞춰 조정하고, 진보한 데이터 분석을 가능하게 한 머신러닝은 수요의 변화에 적응하는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를 최적화하고 있다. 개인의 소비와 행동 패턴을 파악하여 ‘매우 개인화된(Hyperpersonalized)’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AI를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짜라도 공짜가 아니다

일상의 수많은 것들(Things)과 활동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출처: Getty Image)

일상의 수많은 것들(Things)과 활동이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출처: Getty Image)

코로나19 판데믹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 활동이 필수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 학습, 문화생활, 주문배달 등 우리는 일상의 더 많은 부분에서 온라인을 활용하고, 더 나아가 의존하게 되었다. 우리가 하루동안 이용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하고, 메일을 쓰며, 자료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스마트워치로 시간을 확인하거나 건강관리를 하고,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나의 취향에 맞춰 콘텐츠를 알아서 제안해주는 구독 서비스로 영상과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이 모든 것을 스마트폰 하나로 누린다. 많은 수가 디지털 유토피아에 가까워지는 현재를 감탄하고 즐기고 있지만, 문득 우리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AI가 자체가 서늘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는지 묻게 된다.

AI 안면인식 기술, 딥페이크(Deep fake,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스(Fake)의 합성어로 AI 기술 기술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미지나 동영상을 편집하고 조작하는 기술)와 같이 기술의 양면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지금, 사용자 검색 키워드나 ‘좋아요’ 클릭 등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플랫폼을 넘나들며 추천 페이지, 추천 영상, 추천 광고를 보여주는 것은 이제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검색엔진, 포털사이트, 각종 온라인 서비스, 스마트홈 기기 등 개인의 직접 입력이나 행동 관찰이 가능한 제품이 일상에 들어오면서 개인의 개별화된 경험은 상품화에 크게 노출되고 있다.

사용자가 특정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때, 제공 기업은 “네트워크에서 사용자 행위를 추적하는 데이터를 수집”한다. 서비스 제공 기업과 사용자가 상호 합의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는 데이터 수집이라면 당장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수집된 정보 내용이나 범위가 사용자 인식에서 벗어나있거나, 민감한 정보 처리시 별도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충분한 안전장치 없이 제3자와 공유 및 활용하는 등의 경우가 광범위하게 진행진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에서 서비스되는 대다수 애플리케이션에는 평균 6개의 트래커(Tracker)가 심어져있으며,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제3자에게 흘러간다. 그리고 평균 한 명의 정보 브로커(Broker)는 전 세계적으로 7억명의 온/오프라인 정보를 수집하여 5,000가지 특성을 반영하는 소비자 프로파일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페이스북 이용자 5억 3,300만 명의 이름, 연락처, 생일, 거주지를 포함한 개인정보 유출부터 94억 개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의 문장을 부당하게 수집하고 처리한 AI 챗봇 ‘이루다’ 까지 이미 개인 정보나 데이터 수집 및 활용을 둘러싼 사회적 사건은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후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규제나 윤리적 AI 개발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디지털 경제 속 데이터에 대한 거대 기업들의 안일한 태도나 ‘데이터가 무엇이고, 어떻게 사용되며, 얼마나 큰 잠재력이 있는지’, 그리고 거대 기업의 서비스를 선의로만 해석하려는 사용자 개개인의 무신경함이 작동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

‘데이터=자본’의 시대

현재 디지털 경제의 대표적 타이탄(Titan)인 페이스북과 구글의 주 수입원은 광고이다. 2020년 매일 18억 4000만 명(전년대비 11% 증가)이 이용한 페이스북의 4분기 광고 매출은 271억 8700만 달러로 총 매출(280억 2700만 달러)의 97%를 차지한다. 구글도 지난해 4분기 매출의 약 80%가 광고에서 나왔다. 이용자 수와 사용자 클릭률을 바탕으로 기업에게 광고를 받아 매출을 일으키는 방식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꼽히는 기업들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다. 이를 두고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정보기술, 특히 AI의 급속한 발전과 더불어 경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되었다.”고 말한다. 기업 경쟁력은 제품력의 향상이나 비용 절감이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를 가장 근접하게 예측하기 위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사용자 행동을 예측하여, 장기적 수익 모델로 이끌어내는 역량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들이 지금의 온라인 타겟 광고를 넘어서 사용자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서비스, 인공지능 기반 개인 비서 서비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배달 등과 같은 분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다.

누군가는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일어나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치 교환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개인의 자유와 기본 권리, 존엄성을 침해할 가능성까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틀에서 질문해봐야 한다. 우리 개인 정보를 우리의 동의없이 기업의 이익을 위해 사용할 권한까지 서비스 제공자에게 허용했는지 말이다. 또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사이렌 서버(Siren Server)”의 수요 독점력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면, 쇼샤나 교수의 지적대로 “기업들이 인간의 개인적 경험을 상품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 즉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가 심화되어 개인의 행동 예측을 넘어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는 것이다(쇼샤나 주보프, 감시 자본주의, 문학사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느끼지 못하지만 개인을 통제하거나 특정한 방향으로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이미 기우가 아니며, 이는 우리가 가장 원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이렌 서버: 구글, 페이스북과 같이 사용자들이 스스로 데이터를 제공하게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거기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머신 러닝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데이터 수집 기업을 가리키는 용어로 가상 현실의 선구자로 꼽히는 재런 레니어가 이름 붙인 용어이다. (출처: 래디컬마켓)

나쁜 혁신을 피하기 위하여

혁신에도 좋은 혁신과 나쁜 혁신이 있다. 디지털 인프라 산업혁명 안에도 좋은 혁신과 나쁜 혁신이 함께 존재하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여러 층위로 나뉘어진다. 일방적인 기술 비판주의가 아니라 데이터와 AI가 가져올 엄청난 사회경제적 편익을 우리 사회가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보호, 보안, 편향과 같은 불안 요소를 간과해선 안된다. 그리고 빠른 변화가 동반하는 모호함과 불명확성 속에 변화의 주도권을 정부나 소수의 거대 기업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그 층위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우리는 무엇을 내어주고 있으며, 무엇에 반응해야 하는지”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논의는 많은 것이 모호하고 불명확한 시기에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 이해하고 합의하는 이정표를 잡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데이터가 그 시작점에 있다.

#앞으로 ‘인간과 기술’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진행하며 정리된 내용과 결과물을 글로 옮길 예정이다. 먼저, 이 글에서는 현재 가장 시급하고 시의성있게 다뤄지고 있는 데이터 이슈를 개괄적으로 다뤘다.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나, 간과하고 있었거나 재질문해보지 못한 아젠다를 짚어 모두가 던져야하는 질문을 상기하고자 했다. 글 안에서 스치듯 언급했으나 깊이있게 다뤄야 하거나, 숨어 있는 이슈도 많다. 앞으로 여러 글을 통해 살펴보려 하며,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거나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참고자료 
에릭 포즈너, 글렌웨일. 레디컬마켓. 부키
제프 멀건. 메뚜기와 꿀벌. 세종서적
정희영. 데이터기반 사회에서 데이터 주권 이슈와 대응기술 동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윤정, 유병은. 인공지능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 사회 변화. KISTEP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