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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룸(Frome)

프룸을 처음 찾은 건 2년 전이었다. 총선과 일부 지역의 지방선거까지 치러지던 2015년, 서머셋의 작은 마을 프룸은 또 한 번 영국 정치사에 남을 사건 하나를 기록했다.

프룸을 위한 무소속(ifF, independents for Frome)이 17개 의석 중 10개를 차지했던 2011년의 기록을 넘어 2015년엔 17개 의석 전부를 석권해 버린 것이다. 보수당, 노동당, 자민당 주류 3당이 4년 전 치욕을 만회하고자 전력을 기울였던 선거였다. 그런데도 결과는 '정당정치 반대'를 내걸었던 이들 '프룸 독립군'의 압도적 승리였다. 

 
 프룸, 인구 약 26,000명의 작은 타운, 런던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프룸, 인구 약 26,000명의 작은 타운, 런던에서 자동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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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민주주의(Flatpack Democracy)

민주주의가 조립식 가구처럼 납작하게 포장되어 있다면, 매뉴얼만 읽을 줄 안다면 드라이버와 망치 하나만으로 신나게 뚝딱거릴 수 있는, 민주주의가 그렇게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귀에 못이 박힐 대로 들어왔고 평생을 거쳐 때론 수십차례 선거를 치르지만 정작 우리에게 민주주의, 이 묘한 시스템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매뉴얼 하나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게 신기할 정도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뭔지 알고나 있을까? 소속 정당의 이해를 시민의 절박함 보다 앞세우는 그들 정치인들에게 정치는, 득표의 기술 또는 정치사회의 일원으로 남아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직업적 의무일 뿐, 그들에게서 민주주의의 교양을 기대하는 사람은 더욱 없다.

촛불 하나로 추악한 부패 정권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 것만으로 대단한 일이긴 하지만 당장 내년에 예정된 헌법개정과 지방선거로 새로운 정치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한, 촛불로 시작된 민주주의의 진전도 좌초할 위험에 노출되어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피터 맥파디엔(Peter Macfadyen)

그래서 그를 만났다. 프룸의 정치혁신을 이끈 ifF의 파운더 중 한 사람, 프룸 카운슬의 카운슬러(Councillor)이자 전 프룸의 시장, 피터 맥파디엔. 2011년 ifF의 경험을 기초로 'DIY민주주의 매뉴얼'로 내놓은 '조립식 민주주의'의 저자다.

영국의 특수한 정치상황을 기초로 쓴 책 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독일을 비롯한 여러 곳에 번역되고 전파되어 그도 이제 국제적 유명인사가 되었다.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사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에 새로운 물길을 만들고 헌법적 기초를 모색하는 토론 페스티벌이 세계 도처에서 펼쳐진다. 스웨덴에서, 독일과 덴마크에서 모두 그런 기대를 안고 프룸의 스토리를 주목하고 있다.

농부이자 환경운동가, 그리고 지역 장의사이기도 한 피터가 편한 셔츠 차림으로 직접 타운홀 문을 열어 주었다. 일요일이었다.

 
 

정치적 삶(Political Life)

정치인이든 정치인이 아니든, 일상의 삶과 정치적 삶은 일치하지 않는다. 권력은 깊고 넓은 간극을 사이에 두고 저기 멀리 있는 무엇일 뿐이다. 피터는 그 이야기부터 꺼냈다. 4년에 한 번, '평범하지 않은' - 좋은 뜻이든 나쁜 뜻이든 - 누군가에게 투표하는 것 외에 우리의 정치적 삶은 참으로 빈곤하다. 

배신과 음모가 자연스럽고, 저잣거리에서도 쓰이지 않는 질 낮은 욕을 아무렇지도 않게 면전에 퍼붓는 사회, 유권자가 쥐어준 권력은 정당의 이익, 정치인 자신의 차기(次期)를 위해서만 쓴다. 정치사회가 계산하는 것은 4년 뒤의 유권자일 뿐, 정치적 일상에서 그들이 신경 쓰는 것은 시민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로지 언론이다. 정보에 목마른 미디어는 정치와 공생의 관계를 맺고 함께 썩어간다. 민주주의를 위한 국민의 세금은 비대해진 선거비용에 담긴 이익집단화 된 정당과 기생 언론을 먹여 살리는 데 쓰일 뿐, 시민들의 토론과 숙의를 촉진하는 데는 배정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나쁜 대통령이 정치를 나쁘게 하는 것이 아니고 한 사람의 나쁜 사장이 언론을 기레기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소위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적 삶이 그렇게 구조화 되어있다. 

우리는 이런 정치의 이면을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넘쳐나는 말장난과 더러운 스캔들을 소비하고만 있다. 정치를 둘러싼 우리의 삶이 이미 그렇게 고박(固縛)되어 있기 때문이다. 프룸의 독립군들은 이런 도그마가 된 정치관념과 정당 시스템 밖에서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독립, 인디펜던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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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re are more willing slaves who make tyrants than there are tyrants who make forced slaves”
노예를 부리는 폭군보다 스스로 노예가 되어 폭군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더 많다.
— Publius Cornelius Tacitus [55-117(추정), 제정로마 시대 역사가]

정치적 교양(Political Literacy)

정치를 욕하기는 쉬워도 그 질서의 노예가 된 이상 도그마를 깨기는 쉽지 않다. 피터의 말처럼 정치란, 권력의 자리에서 지시하고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 정치적 교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치에 관하여 현대 문명이 구축해 놓은 프로세스가 아직 없다는 뜻이다. 여전히 '다수결'로 뽑힌 '그들'이 나 대신 무언가 할 것이라 믿는 것 뿐, 오바마든 문재인이든, 그들을 뽑아 놓은 것 만으로 임무 끝이라 생각해 왔다. 그것은 시민의 교양이 아니라 노예의 종교다. 

시민사회라는 말은 있지만 시민이 사회를 운영, 경영하는 것은 국가 또는 정치사회의 안티테제로서일 뿐이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운동권으로만 충원되어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저 그리스 도시국가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아주 오랫동안 시민이라는 말을 써왔지만 이 정도 스케일의 공동체를 운영해 본 적은 지금 이전에는 없었다. 지금까지 문명의 성장이 이 정도, 또는 겨우 여기까지 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 시대의 숙제를 해야 한다. 

프룸은 도대체 어떤 동네이기에 이런 깊이의 생각에 이를 수 있었을까? 쌀쌀해진 가을비에 아랑곳 없이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시장의 복원(Reclaiming Market)

프룸 독립시장(The Frome Independent)은 한 달에 한 번 서는 시장의 이름이다. 굳이 비가 내리는 9월의 첫 주 일요일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ifF가 중앙정치, 정당정치 또는 정치라는 도그마로부터의 독립을 구한다면 프룸 독립시장은 대기업 유통채널로 부터의 독립, 지역 경제의 독립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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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둘은 모두, 시장의 원래 가치를 복원(Reclaim)하고 정치의 원래 뜻을 복원하고자 한다. 시장이 어떤 곳인가? 시장이란 원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 이윤을 뽑아 내기 위해 거짓과 술수가 판치는 장소가 아니라 모두의 번영이 모색되는 건강한 공간이었다. 

 
 로마시대에 조성된 언덕배기 좁은 골목엔 작은 지역 상인들이 자신만의 물건을 펼쳐놓고 조용히 기다린다. 호객 행위라고는 없다.

로마시대에 조성된 언덕배기 좁은 골목엔 작은 지역 상인들이 자신만의 물건을 펼쳐놓고 조용히 기다린다. 호객 행위라고는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청년들이다. '독립'은 젊은이의 브랜드고 특권이다. 이들은 시장의 가치가 살아있는 이 곳에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을 배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청년들이다. '독립'은 젊은이의 브랜드고 특권이다. 이들은 시장의 가치가 살아있는 이 곳에서 지역 공동체와 함께 하는 건강한 삶을 배운다.

 독립, 인디펜던트는 이 시장의 가장 강력한 정신이자 비전, 브랜드이자 문화상품이 되었다.

독립, 인디펜던트는 이 시장의 가장 강력한 정신이자 비전, 브랜드이자 문화상품이 되었다.

 

정치의 복원(Reclaiming Politics)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가 원래부터 인간사의 모든 부정적 현상이 모이는 공간은 아니었을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한 대화가 펼쳐지는 곳, 그리고 그 과정이 정치다. 이미 200년 넘은 민주주의 정치가 구중궁궐의 암투가 벌어지던 중세 왕조 시대를 따라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치를 오로지 권력을 탐하고 쟁취하기 위한 과정으로 묘사한 교과서들은 모두, 독재자의 이데올로기에 복무하고 있을 뿐이다.

프룸 독립군은 어떻게 맞섰을까? 이들이 정치의 복원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무엇인지 들어보자.

 
 

일하는 방식에 대한 약속(Ways of Working)

현대 정치는 선거라는 이벤트를 통해 제도권에 진입함으로써 시작된다. 대신, 이들의 매니페스토는 달랐다. 소위 무엇을 해주겠다는 ’공약’은 없이 이들은 어떻게 일할 것인지를 약속하고 선택을 구했다. 도로를 깔겠다, 공장을 유치하겠다가 아니라 모두의 번영을 위해 당신들의 의견이 있으면 어떻게 듣고, 어떤 식으로 합의하며 어떻게 구현해 나가겠다 그 과정과 방법을 약속하는 것이다.

어쩌면 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피터의 말처럼 이는 결코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사람들은 선거를 통해 '권력자'를 선출하는 데 길들여져 있다. ‘공약’이란 권력자가 시혜적으로 베풀어 주는 무엇이다. 약간의 과장을 섞는다면 지금까지 선거는 주권자가 스스로 노예가 되는 방법에 불과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ifF의 ‘일하는 방식(WoW, Ways of Working)’에 대한 약속은 공약 내용의 변화가 아니라 선거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침내 선거는 권력자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권력의 주체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고 촉진할 줄 아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된다. 진짜 정치의 복원은 권력의 성격을 그대로 두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들의 약속은 그래서, 공직자의 가치관이자 일을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가깝다. 

1. Independence. We will each make up our own mind about each decision without reference to a shared dogma or ideology. 이념과 정설에 경도되지 않는 독립성
2. Integrity. Decisions will be made in an open and understandable manner. Information will be made available even when we make mistakes and everyone will have the opportunity to influence decisions. 정보의 투명한 공개, 열린 의사결정 과정
3. Positivity. We will look for solutions, involving others in the discussions, not just describe problems. 문제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대화
4. Creativity. Use new, or borrowed, ideas from within the group and the wider community to refresh what we do and how we do it.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시도
5. Respect. Understand that everyone has an equal voice and is worth listening to. 모든 사람의 목소리는 평등하고 가치 있음
[Flatpack Dem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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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과반을 확보한 이후 그들의 약속이 여느 정치인들의 그것처럼 공염불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면 4년 뒤 타운 카운슬 의원 17석 전석을 석권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당선과 함께 카운슬 정치 이벤트의 고리타분한 의례부터 고쳤다.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자리에 정장을 입지 않았다. 회의 테이블에 상석(上席)을 없앤 것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일어서서 발표하게 하는 관행도 없앴다. 다른 사람의 과도한 주목이 주는 부담을 고려한 조치였다. 아래 이들이 정한 토론의 방법 10가지도 기록해 둘만 하다.

  1. 자신의 입장을 과도하게 주장하면 건설적인 대화를 방해한다.
  2. 다른 사람의 주장을 듣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3. 결론을 도출해 내는 이성적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4. 건설적인 토론의 가치를 존중한다.
  5. 토론에 질 때도 있고 이길 때도 있다. 사적인 감정을 가질 이유가 없다. 
  6. 비밀을 지켜야 할 때도 있음을 알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
  7. 리더십과 책임을 나누고 무엇을 하려는지 그 의도와 방법을 알리는데 충분한 시간을 쓴다.
  8. 의사결정과정과 방법에 대한 신뢰를 갖고 그 다수의 결정을 받아들이고 확신을 가진다. 
  9. 고립되어 일하는 것을 피하고 항상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협력한다. 
  10. 다른 사람들의 역량, 지식, 의도를 받아들이고 신뢰한다.

[Flatpack Democracy]

 
 

피터는 2011년 당선 이후 지금 재선 의원이다. 처음 약속처럼 3선째인 2019년 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 한다. 과연 그와 같은 정치인은 계속적으로 충원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누구나 정치할 수 있도록 ‘매뉴얼(Flatpack Democracy)’까지 만든 이들이지만 한편 ifF가 정한 원칙과 가치관은 고스란히 정치인으로서 출마자의 가치관 또는 삶의 목표와 일치되어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엔 그러한 정치인의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주체 역량의 관점에서 보면 왜 지금인가? 라는 물음을 피해 갈 수 없다. 중세에 피터와 그 일당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모두 곧장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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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인가?(Why Now?)

2015년 선거는 프룸에서만 승리를 가져온 것이 아니었다. 2011년의 프룸에서의 경험이 플랏팩 데모크라시 책을 통해 알려진 후 그 매뉴얼로 영국 곳곳에서 들불처럼 지방선거 혁명이 일어났다. Independents for Arlsey (15석 중 14석) Buckfastleigh Independents (12석 중 9석) Alderley Edge First (9석 전체, 현직 재무장관의 지역구) 그리고 Liskeard 와 Newbury 같은 곳에서 과반을 확보했고 2017년 올해 선거가 치러진 Bradford-on-Avon에서 역시 12석 중 10석을 무소속 연대(여기선 Ideal for Bradford라 불린다)가 차지함으로서 평범한 시민들의 독립 정치 그룹이 영국의 지방정치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고 시민들은 왜 이 움직임에 동조하기 시작했는가? 이들은 스스로 다음의 세가지 원인을 들었다.

첫째, 기술고도화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는 물론, 시장에서 모두 소비되지 않는 젊은 층의 역량을 정치에 유입할 여유가 생겼다는 점.
둘째, IT 혁명과 디지털 소통의 시대로, 정치적 의견 수렴과 의사표현, 결정이 쉬워지고 전통적인 정치적 전문성의 비중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점. 
셋째, 2011년 보수/자민 연립정부의 로컬리즘 법 도입으로 지역 정치의 자율성이 확대, 정치적 공간이 열린 측면.

첫째와 둘째 이유는 정확히 한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한 해 유능한 청년 50만명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한다. 작년 한 해 신생아 수가 40만명이었으니 어마어마한 숫자이고 무언가 사회 구조가 찌그러져 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통계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것만도 아니다. ifF가 말한 첫번째 이유에서다. 한 해 50만명이 공공 부문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새롭게 할 가장 강력한 인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둘째, 디지털 소통 인프라는 한국이 뒤지지 않는다. 마지막 셋째 이유는 영국의 특수한 정치적 환경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지난 겨울 촛불항쟁으로 고양된 시민의식, 새정부의 지방분권 약속 등은 한국정치에도 새바람이 휘몰아칠 물적 정치적 환경은 충분히 성숙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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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민(New Citizen)

시민의식이 언제 바뀌겠나 의문은 이제 접어두자. 지금의 시민은 이전의 시민과 다르다. 한 시대를 사는 개인들이 지닌 관념은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방식으로 그 시대의 권력과 문화가 결합하여 구성된 것이다. 현재의 시민이 사고할 수 있는 것과 과거의 시민이 사고했던 수준이 같을 수 없다. 지난 몇 년 유럽 곳곳에 새로운 정치운동이 일어나고 한국에 촛불항쟁이 들불처럼 인 것은 그러한 역량의 뒷바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실천으로 말미암아 시민의 역량은 또다른 수준으로 도약하고 있다.

무엇보다, 21세기 기술혁신은 새로운 주체적 개인을 키워냈다. 상품 생산은 주체를 위한 객체의 생산에 그치지 않고 그 상품의 사용, 소비의 과정에서 주체의 성격도 바꾼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통해 사람들은 이미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었다. 국가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성격의 시민 주권자들이다. 

역설적으로 신자유주의 기간 자본주의적 소비와 커뮤니케이션 고도화가 만들어낸 역동적 시민 주체성이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정치 격변의 근본 배경이다. 국가가 손을 놓고 있던 사이 자본이 주도한 혁신이 오히려 새로운 시민을 성장시킬 모멘텀을 제공한 셈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은 그 시대, 그 공간의 주체들이 선택할 일, 바로 진짜 정치가 작동하고 실천해야할 지점이다. 지금까지 가짜 정치를 그대로 둘 때 이 역동성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될 수 밖에 없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극단주의와 포퓰리즘의 준동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한민국에도 프룸과 같은 시도를 볼 수 있을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다. 영국과 한국의 선거 시스템이 다르긴 하지만 '아이디얼 브래드포드'의 경우처럼 최소한 낮은 단위의 지방선거에는 시간이 그리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by Cllr Dom Newton (Bradford-on-Avon)

by Cllr Dom Newton (Bradford-on-Av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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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ish Land Reform


스코틀랜드 토지개혁

Scottish Land Reform


스코틀랜드 토지개혁

 

규모로 따지면 작은 섬나라에 불과한 영국이 근대문명을 주도하는 힘은 한 시대의 통념을 절대시 하지 않는 용기에 있다. 영국이 어떤 나라인가? 산업혁명에 이어, 자본주의라는 아이디어가 숨통을 틘 곳이다. 내가 만들었으니 내가 바꾼다는 자부심이라 해도 좋다. 스코틀랜드의 토지개혁도 그 예다. 근대적이지만 결코 자본주의적이지 않는 초근대적 토지개혁의 묘법이 여기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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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년 합병법(Act of Union)이 통과되고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포함하는 대영의회가 설치된 이후(북아일랜드는 1801년에 합병된다) 292년이 지난 1999년, 스코틀랜드 의회가 부활한다. 아직 완전히 분리독립(independence)은 아닌 분권(devolution) 수준이지만(스코틀랜드의 완전 분리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는 2014년 부결되었다) 스코틀랜드로서는 근대국민국가로서 첫 걸음을 뗀 사건이라 할 만한다. 모든 근대국가의 첫과업이 그러했듯, 토지개혁은 분권에 성공한 스코틀랜드 의회의 첫번째 사업이 된다. 그렇게 3년의 검토를 거쳐 2003년 스코틀랜드 토지개혁법(Land Reform Act 2003)이 발효되는데 그 주요내용은 세가지다. 

1. 국유, 사유에 상관없이 산, 들, 호수 등 모든 오픈공간의 자유로운 통행 보장(Access Rights)
2. 공동체의 토지매입 우선권(The Community Right to Buy)
3. 소작농 공동체에 의한 농지매입 우선권(The Crofting Community Right to Buy)

여기서 핵심은 커뮤니티,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소작농 또는 지역 공동체, 마을 단위에게 토지매입 우선권을 준다는 점이다. 부르조아 혁명기에 신성불가침의 인권으로 삽입되었던 개인의 재산권에 우선하는 공동체의 생존권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공동체 토지 소유는 1908년, 스카이섬의 글렌데일(Grendale) 농장의 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국가가 지주와 소작농간 분쟁이 있는 땅을 매입, 50년거치 상환을 조건으로 소작농위원회에 소유권을 넘긴 것이다. 이때도 소유권을 양도 받은 것은 개인 아니라 소작농위원회(The Crofters Commission , 지금은 The Glendale Estate)라는 공동체였다. 2003년의 토지개혁은 그러한 공동체의 집합적 토지소유, 운영의 권한을 일반화 해 개인재산권보다 원칙적으로 우선하는 것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전체 토지 면적의 50%가 400여 대지주 가문에 귀속되어 있을 만큼 토지 소유의 집중도가 높은 곳이지만 2003년 이 토지개혁 조치 이후 특히 헤브리디스(Hebrides)라 불리는 하이랜드구(Highland Council) 서쪽 지역 섬 약 50%가 공동체 소유, 관리로 넘어갔다. 올해 4월, 한 개인에 의한 토지 소유 면적의 상한제 같은 조항이 막판 진통 끝에 빠지긴 했지만, 개정된 토지개혁법은 땅을 일구어 사는 농민과 마을 주민의 권리를 더욱 강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공동체 토지매입(Community Buy-out)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토지기금(Scottish Land Fund)을 매년 £10m(약 170억원)으로 기존의 세 배 규모로 확대 했다. 

 
 

자본주의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 '관계'의 부정에서 출발한다. 농민들을 땅으로부터 떼어내어 도시로 이주시키고, 노동자를 가족과 이웃으로부터 떼어내어 조직의 규율에 종속시킨다. 그게 '모던타임즈'다. 사사로운 개인의 부유하는 삶, 그것이 자본주의가 빚어낸 대표적인 삶의 양태다. 

그런 최첨단의 자본주의적 삶이 횡행해야 할 영국이 지금 멀쩡한 공유지에 철조망을 치고(Enclosure), 대대적인 농민 축출(Highland Clearance)에 나섰던 땅을, 소작농과 주민들에게 되돌려주는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개인을 공동체로 복원시키고 농민에게 땅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소유권이 어떤 권리인가? 프랑스 혁명 이후 천부인권으로 칭송되던 권리다. 그것이 자연권이 아니라 ‘도둑질’에 불과하다는 주장(푸르동, Pierre-Joseph Proudhon)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300년 이 문명을 관통했던 가장 중요한 통념이 바로 사유재산권이었다.

2016년 연말, 우리는 가히 혁명적 상황을 경험했다. 200만이 넘는 촛불이 단순히 사유화한 권력에 대한 응징이었을 뿐이라면 그 촛불은 평화를 지키지 못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탄핵 그 너머가 있었기에 평화를 유지하며 우리의 자존과 명예를 지켰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이런 사태를 빚어낸 좀 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더 폭넓게 토론하고 나누어야 한다. 무능한 대통령 끌어내리는 것은 변화의 시작은 될 수 있어도 종착역은 거기가 아니다. 탄핵 여론조사와 국회의원들의 탄핵 표결 득표율이 같다는 이유로 대의제가 온전히 작동하고 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통념도 부정할 줄 아는 영국인의 담대함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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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ry


Documentary


 

다큐멘터리가 TV 또는 영화의 한 장르라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자. 다큐멘터리라는 용어를 창안한 존 그리어슨(John Grierson)의 정의에 따르면, 다큐멘터리는 ‘사실의 창의적 재현(the creative treatment of actuality)’이다. 장르는 고사하고 어떤 매체에 대한 언술도 여기엔 없다. TV와 극장의 스크린 안에서만 다큐를 논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 모든 시스템은 해방 이후 해외에서 배껴온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삽된 근대화 과정이었다. 스스로 해법을 구하려는 노력 대신 '우수한' 남의 프로그램을 가져와 지배의 도구로 삼았고, 또한 그렇게 지배 당하는데 길들여졌다. 작동하지도 않는 생경한 개념과 물건너 온 학설에 갇혀 자생력을 잃은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또 하나의 해외 '우수 사례' 카피용이어서는 안되었다. 장르적으로 판에 박힌 해설과 내레이션으로 의미를 고정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인터뷰를 통해 메시지가 스스로 발화하거나 수용자의 이해와 필요에 따라 새로운 메시지가 재구성되기를 바랐다. SBS 채널을 통해 방영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는 방송 장르가 아니라 연구 방법론 또는 말 그대로의 '기록물'로서 다큐멘터리이다.

 

[자문 및 인터뷰]

로빈 머레이 (Robin Murray): 런던정치경제대학교 (LSE) 객원교수(경제학)/ 협동조합 운동가/ 사회혁신가

머빈 윌슨 (Mervyn Wilson): 전 협동조합 대학 총장, 협동조합학교 설립운동 총괄 기획자

쥴리 소프 (Julie Thorpe): 협동조합 대학 학교 프로그램 및 디지털학습 팀장, 협동조합학교 컨설턴트, 협동조합 운동가

질리언 로너건 (Gillian Lonergan): 협동조합 대학 협동조합유산 자원팀 팀장

웬디 졸리프 (Wendy Jolliffe): 헐대학교 (University of Hull) 교육대학원 원장, 협동학습법 권위자

데이브 보스톤 (Dave Boston): 협동조합 학교 연합회(Schools Co-operative Society) 대표

스티브 와일러 (Stevy Wyler): 전 로컬리티(Locality) 대표, 사회혁신가, 역사가

톰 우딘 (Tom Woodin): 런던대학교(University of London) 교육대학 교수

[립손 협동조합학교]

스티브 베이커 (Steve Baker): 교장 (Principal)

트레이시 다운스 (Tracy Downes): 교무실장 (Assistant Principal)

데비 맥클라우드 (Debbie McLoud): 학교 이사회 최장수 이사 (학부모 및 커뮤니티)

루스 커밍 (Ruth Comming): Year 11(16세), 총학생회 (Barometer Group) 회장

니브 페이 (Nieve Fay): Year 11(16세), 연극협동조합(Drama Co-operative)

조쉬 마 (Josh Marr): Year 10(15세), 빅밴드 협동조합(Lipson Co-operative Big Band)

레베카 마 (Rebecka Marr): Year 10(15세), 빅밴드 협동조합(Lipson Co-operative Big Band), 조쉬와 쌍둥이 남매

마이클 로싱턴 (Michael Rossington); Year 7(12세), 생명다양성 동아리(Bio Diversity Group)

콘라드 제시냑 (Konrad Wrzesniak); Year 10(15세), 전기자동차 제작 협동조합(Green Power)

앨리스 스티븐스(Alice Stephens); Year 10(15세), 출장요리 협동조합(Lipson Catering Co-operative)

✦ 그외 학생 인터뷰 협조 다수 ✦  

[촐톤 협동조합학교]

조 모리스 (Joe Morris): 교장 (Headteacher)  

로라 실콕 (Laura Silcock): 교감 (Deputy Headteacher)

캐서린 멀더 (Katherine Moulder): 행정실장 (School Business Manager)

마디 앤더슨 (Maddie Anderson): 총학생회(Whole School Council) 회장, 학생 이사(Student Governor), Year10 (15세)

알리타 맥클로린 (Alita McLaughlin): 총학생회 부회장, 학교 이사회 학생 이사, Year11(16세)

아만다 에드워드 (Amanda Edwards): 학교운영위원회 부의장, 학교 이사회 이사 (Parents Governor)

베스 넌 (Beth Nunn): 학교 이사회 교직원 이사(Staff Governor)

메기 폭스 (Maggie Fox): 학교 이사회 커뮤니티 이사 겸 학부모 이사 (Community Governor, Co-opted)

✦ 그외 총학생회 간부진 협조 다수 ✦  

[내레이션]

장윤주

[작곡/녹음]

그림소리 / 우마데우스 스튜디오

[리서치 / 섭외]

임소정, 김미경

[프로듀서]

김정원

[구성자문]

정수경, 최상재

[촬영/그래픽]

슈에트필름 (Chouette Films) 

[연출]

안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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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niverse


zooniverse


과학자라 할 수 없는 평범한 시민 한 명 한 명이 암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우주에 떠다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현대 과학은 우주 행성 사진을 찍어 지구로 보내고, 아프리카 초원 야생 동물의 생활을 24시간 무인 카메라로 촬영하며, 우리 몸 속 작은 세포 하나하나까지 관찰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신기술이 쏟아내는 정보들은 인터넷의 힘을 빌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주니버스’라는 시민 참여 과학 프로젝트는 디지털 기술이 보이는 방대한 데이터 수집능력과 분석능력에 인간의 인지능력을 연결한다.

 www.zooniverse.org

www.zooniverse.org

2007년 옥스포드대학교의 천문학자 크리스 린토트(Chris Lintott)와 그의 동료들은 ‘갤럭시 동물원’ 이라는 그들의 웹사이트에 70,000장의 사진을 공개하며 일반인들에게 분석을 요청하였다. 갤럭시 동물원은 24시간만에 70,000장의 분석된 사진을 받았고 그 후 1년간 5천 만장의 천체 사진이 일반인들에 의해 분석되었다. 이 사이트는 현재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갤럭시 동물원을 시작으로 린토트 박사는 2009년 주니버스(www.zooniverse.org)라는 시민 참여 과학 프로젝트 플랫폼을 개설하였다. 주니버스에서는 의학, 지질학, 생물학,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1세기의 과학자들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어떤 학자들은 이를 데이터 폭발이라고도 한다. 방대한 자료를 다루기 시작한 과학자들은 더 많은 컴퓨터를 이용하고 더 많은 과학자나 학생들을 고용하여 분석을 시도하였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었다. 컴퓨터가 이 데이터들을 분석해 내는데 도움을 주지만, 숫자나 통계가 아닌 사람의 눈으로 이미지를 직접 관찰하고 무엇인가 다른 패턴을 인지해내는 작업은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생각해 낸 방법이 대중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및 마케팅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고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내린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을 과학연구에 적용한 것이다.

크라우드 소싱은 크라우드(대중)과 아웃소싱(위탁)의 합성어로 대중의 지식과 지혜, 즉 대중의 지성으로 정확하고 믿을 만한 결과물을 얻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산 후 구매 후기를 쓰는 일, 신제품을 사용해 보고 사용 후기를 알려 주는 일 등 기업 경영, 마케팅 등 여러 분야에서 크라우드 소싱은 없어서는 안 될 집단지성에 기반한 의사결정 과정의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주니버스가 진행하는 과학 연구 프로젝트도 데이터 분석 방법의 하나로 크라우드 소싱을 활용하고 있다.

주니버스는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 된, 누구나 연구원이 될 수 있는 시민참여 연구 플랫폼이다. 주니버스의 운영 단체인 [시민 과학 연합]은 과학 발전을 돕고자 하는 전 세계 인적 자원(대부분이 자원봉사자)을 모아 과학자들과 연결시켜 준다. 참여하게 된 동기도 목적도 나이도 교육 수준도 다르다. 옥스포스대학교에서 최근 주니버스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응답자 300명의 나이가 20대부터 70대까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

참여 방법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모잠피크 고롱고사 국립공원의 생태계 보호 프로젝트에 도움을 주고 싶다면 주니버스 웹사이트로 들어가 고롱고사 프로젝트를 클릭해 보자. 간단한 사전 교육과 함께 일련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 준다. 사진을 보며 어떤 동물 몇 마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클릭 몇 번으로 알려 주면 된다. 우리가 어려워하는 주관식 과제는 다행히 없다. 분석 후 진행되는 다른 참여자나 전문가들과의 온라인 토론이 싫다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해보면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 같다. 동물이 한 마리도 없는 초원 사진만을 몇 십장 보다가 갑자기 원숭이 한 마리라도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화석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화석 찾기 프로젝트를 클릭한다면 케냐 사막 화석 사진들이 뜬다. 어린 시절 천문학자의 꿈을 가졌던 직장인은 은하계의 사진을 분석할 수 있다. 사진과 관련된 내용을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갖고 있는 다른 자원봉사자나 전문가와 토론하고 싶다면 갤럭시 동물원 프로젝트를 클릭하면 된다. 개인이나 기업에 이윤을 남기기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과학에 대한 열정과 관심에 기반하여 그 과정에 참여하고자하는 시민을 위한 프로젝트를 찾을 수 있다.

주니버스는 현재까지 10개 이상의 시민 참여 과학 프로젝트를 완료하였고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37개이다.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사람은 2014년 2월 기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학계와 기관들도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교, 영국국립해양박물관, 미국의 미네소타대학교, 존스홉킨스대학교 등 매우 다양하다.

주니버스를 통해 진행되는 과학연구 프로젝트가 여타 과학연구 프로젝트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일까? 주니버스라는 시민참여 연구 플랫폼의 강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짧은 기간 안에 가능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 분석 : 실제로 ‘갤럭시 동물원’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대학원생들이 3년 반에 걸쳐 분석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을 일반인들은 6개월 만에 끝냈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검증과정 : 소수 과학자들만이 수행해오던 작업과는 달리, 많은 수의 일반인들이 수행하는 상호 검증 과정을 거치므로 오류 발생의 확률이 급격히 줄어든다. 오류뿐 아니라 여전히 가끔씩 터져 나오는 과학자들의 의도적 데이터 및 실험 결과의 조작과 같은 비윤리적 행위를 밝혀낼 수도 있다.
  • 인간만이 보유한 인지능력의 활용 : 컴퓨터로 발견하기 매우 어려운 뜻밖의 성과를 사람들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인간의 눈은 비슷해보이는 이미지에서도 이상한 것, 특별한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 있다. 특히 이미 깊은 지식으로 중무장된 과학자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새로운 패턴을 초심자인 일반인들이 발견해 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새로운 눈으로 바로보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놓치고 있는 패턴을 발견하는 사례이다.
  • 뛰어난 과학교육의 장 : 시민 참여 과학 플랫폼은 공식 또는 비공식적인 과학 교육의 새로운 기회이다. 또한 과학 프로젝트의 참여를 통해 전체 프로젝트의 과정을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직접 과학 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자의 관심지속도와 이해도는 증가된다.

이상과 같은 장점을 갖고 있는 시민참여 연구의 어려운 점은 없을까? 가장 잘 알려진 어려움으로는 시민연구자들의 참여의 지속성이다. 과학적 호기심과 열정으로 참여하던 시민연구자들이 참여과정상의 비효율성이나 단순작업에서 비롯된 지루함으로 참여를 중단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초심의 열정과 호기심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니버스 플랫폼에서 최근에 수행했던 ‘셀 슬라이더 프로젝트’는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시민참여 연구방법의 효율성과 흥미를 가미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였다. 특히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떠나 연구과정에 보다 적극적인 기여를 하고 싶어 하는 참여자를 위하여 보다 강렬하고 효율적인 참여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적은 다양한 치료 방법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암세포와 체질이 다른 환자에게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찾는 것이었다. 시민연구자들은 암으로 고생하는 자신과 주변의 지인을 떠올리며 암세포 영상을 분석했다.

영국에 살고 있는 47살 클레어의 엄마는 몇 년 전 암으로 돌아가셨고 남편도 2012년 피부암에 걸렸다. 친구와 친지들에게도 암은 그리 멀리 있는 병이 아니다. 클레어는 오랫동안 암연구 센터에 돈을 기부했지만 이 돈이 실제로 어떻게 암치료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영국 암연구 센터와 주니버스가 함께 추진했던 셀 슬라이더라는 프로젝트를 듣고 클레어는 바로 암세포 연구 참여자가 되었다. 셀 슬라이더는 암세포 연구원들이 올려놓은 수백만 장의 세포 사진을 보고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형식으로 일반인이 사진을 분석하는 프로젝트이다. 클레어는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노트북을 들고 소파에 앉아 연구원들이 올려놓은 사진을 보고 사진에 달린 질문에 답했다. 사진 한 장을 여러 사람이 함께 분석하니 실수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다.

셀 슬라이더 프로젝트는 많은 의학 및 소프트웨어 전문가의 자발적인 도움을 받았다. 2012년 5월 런던 과학박물관에 영국 암 연구소 연구원, 주니버스 연구원, 소프트웨어 전문가 50명이 이틀 동안 모였다. 이들의 임무는 방대한 양의 암세포 사진을 일반인들이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48시간 안에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 암 연구소 연구원들은 분석해내야 하는 세포들의 특징에 대해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에게 설명하였고 주니버스 연구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함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많은 토론을 했다. 이틀간의 토론과 아이디어를 토대로 암세포 분석 게임과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그 해 10월 24일 셀 슬라이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영국 암연구 센터의 폴 파로아(Paul Pharoah) 교수는 클레어 같은 일반인 연구자의 시간과 노력은 최첨단 기술로는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라고 얘기한다. 프로젝트를 시작한지 3개월 만에 온라인 참여자들은 연구원들이 18개월 동안 분석해야 할 분량의 사진들을 분석해냈고 목표했던 250여만 장의 암세포 사진들을 모두 분석한 뒤 셀 슬라이더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셀 슬라이더 프로젝트는 보다 많은 수의 잠재적 시민과학 연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전문적인 과학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프로젝트이다. 시민들은 과학적 호기심과 기여하고자하는 마음에 참여했지만 데이터 수집이나 영상 패턴 분석 등의 어찌 보면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에 시민들이 보다 흥미롭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컴퓨터 게임이나 사용법이 쉬운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다. 이는 아마추어들의 과학연구 프로젝트 참여의 효과에 반신반의하던 과학계가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고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참여방식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http://arf.berkeley.edu/then-dig/2011/08/digging-in-the-dark/

http://arf.berkeley.edu/then-dig/2011/08/digging-in-the-dark/

주니버스 프로젝트들을 보면 과학이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지, 과학에 가깝게 다가간 대중의 힘과 기여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 준다. 주니버스에서는 이미 모아진 과학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새로운 패턴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참여를 활용하였다. 하지만 시민참여 과학연구는 이러한 분야 이외에서도 다양하게 시도되며 그 사례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과학적 질문의 제시, 다양한 환경이나 재난 데이터의 수집과정에서의 시민참여, 수집된 데이터의 1차 필터링 과정이나 인간의 시각, 청각 등을 이용한 패턴 분석 과정, 과학모델의 테스트와 검증 과정 등 다수의 참여가 과학적 연구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면 시민참여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주니버스를 포함해 다양한 시민참여 연구가 가능해진 것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시민참여 연구의 방법과 과정의 공통적 특징은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시간과 공간에서 과학연구 참여가 가능해진 것이다. 과학연구란 그동안 밝혀지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그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내고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와 분석,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새로운 발견의 정확도는 높아지게 된다. 디지털 기술이 새롭게 제공하고 있는 빅 데이터 수집 능력, 모아진 데이터의 공개화, 분산되어 있는 인간들을 이어주는 네트워크화는 바로 “보다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다. 디지털 기술이 마련해놓은 새로운 연구방법의 가능성이 열리자, 엘리트 전문 과학자들만이 참여 가능하던 연구 작업에 시민들이 초대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화과정이다. 

 www.nesta.org.uk

www.nesta.org.uk

새롭게 제기된 사회의 니즈(needs), 오랫동안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사회의 니즈를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해내는 시도를 좁은 의미의 사회혁신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실제로 사회의 욕구를 충족해내고, 그것이 한 사회에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 사회 전체의 역량이 확대되는 것은 보다 넓은 의미의 사회혁신으로 간주된다. 좁은 의미의 디지털 사회혁신이란 이러한 사회혁신의 정의에 비추어볼 때 새롭거나 오랫동안 만족시키지 못했던 사회의 욕구들을 새롭게 개발된 디지털 기술로 해결해나가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개방성과 분산화 되어 있던 대중들의 네트워크화와 세력화를 통해 사회의 니즈를 충족해주는 사례들이 점차로 증가하고 있다. 

주니버스 사례에서 살펴본 시민참여 연구는 과학 데이터 및 연구과정의 개방화, 연구 참여자의 네트워크화 등을 통하여 기존의 연구과정에서 만들어낼 수 없었던 정확도와 효율성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연구 방법이다. 또한 디지털 사회혁신의 핵심요소로 이해되는 개방성과 분산성에 기인한 “참여”, “관계맺기, “공동생산하기” 등이 과학이 결정하는 시대의 흐름에 좀 더 민주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연구과정에 “참여”하고, 비슷한 시민 연구자 및 전문 과학자와 “관계맺기”를 하고, 연구결과를 “공동생산” 하면서 시민 참여자의 쉽게 다가가지 못할법한 과학영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는 배가된다. 과학 기술발전이 얼마나 한 인간과 현대사회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고려해볼 때, 보다 많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과학연구 기회의 증가는 유의미하다. 과학기술이 만들어나가는 미래사회에 대한 방향 결정에도 몇몇 엘리트 과학자와 이를 이해하는 몇몇 정책입안자에 의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민주적인 방식의 적용이 확대될 수 있음을 예측해본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학 연구도 소수 과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글: 김미경,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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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p Garden


Skip Garden


많은 사람들은 공사 현장 하면 안전모, 철골, 크레인 등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영국 런던의 한 재개발 현장에는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공사 현장에서 이용하는 커다란 쓰레기 덤프통에 만든 이동식 정원이 그것이다.  영국에서는 스킵(Skip) 이라고 부르는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덤프 트럭에 실리는 커다란 쓰레기통을 말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이 커다란 쓰레기통에 폐기물을 모아 처리장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런던 킹스 크로스 재개발 현장의 이 덤프통에는 쓰레기 대신 흙이 담기고 갖가지 과일과 야채들이 자라고 있다. 

런던 중심으로부터 북동쪽, 두 기차역 세인트 판크라스(St. Pancras)역과 킹스 크로스(King's Cross)역이 만나는 킹스크로스 지역은 조지안 시대(18세기)에는 온천이었고 빅토리안 시대(19세기)에는 공장과 물류 창고로 쓰였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이후, 특히 2차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역사(舍)에 필요한 야적장으로만 이용되었을 뿐 토지 활용도가 현격히 떨어진다. 노숙자들이 모여들고 마약거래와 범죄율이 높아 지역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드디어 2000년, 토지 소유주인 런던 콘티넨탈 레일웨이와 DHL 로지스틱스가 이 지역 재개발 추진을 결정한다. 그들이 지명한 개발업자를 중심으로 런던시청과 구청, 주민, 주변 상인들 사이의 토론과 협상은 무려 5년 동안 이어졌고 마침내 2006년, 마스터 플랜이 완성되었다. 그 이듬해 2007년, 워털루에서 킹스 크로스로 이동한 유로스타(유럽 국제선) 역사가 촉매제가 되어 지금까지 10년째 단계별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에너지 기반시설 공사를 선두로 순차적으로 학교, 아파트, 공원, 상업 시설 등이 들어서 2020년 경 완공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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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가든이 이 곳에 자리한 지도 벌써 10년에 가깝다. 지금은 가드너이자 교육자로 일하고 있는 폴 리첸스(Paul Richens)라는 사람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제너레이션(Global Generation) 이라는 커뮤니티 단체를 통해 운영된다. 8만 2천 평에 달하고 공사 기간만 15년이 넘는 런던에서 가장 큰 도시 재생 현장에서 스킵가든은 주민들과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스킵 가든의 가장 큰 장점은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곱 개의 스킵은 공사 진행과 땅의 소유권 변화에 따라 비어 있는 부지로 옮겨가며 삭막한 현장을 푸르게 디자인 한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스킵가든은 세 번의 이사를 했다.

스킵에 담는 흙은 오염될 수도 있는 공사 현장의 것 대신 다른 곳에서 가지고 오지만 스킵 가든을 구성하는 많은 재료들은 대부분이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재활용품들이며 자연 친화적으로 디자인 되어 있다. 지렁이를 키워 직접 비료를 만들고 농작물들을 교대로 심으며 빗물을 모아 농작물에 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가든에 심는 농작물의 선정도 특별하다. 스킵 가든을 만든 폴은 대형 슈퍼의 확장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농작물들이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대형 슈퍼에서 취급하는 과일과 채소의 우선 선정 조건은 저장과 유통의 편의성이다. 그래서 멍이 쉽게 들거나 빨리 상하는 토종 과일과 채소 품종들은 그 풍미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식탁에서 점점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스킵 가든이 가능한 사라져 가는 다양한 품종들을 되살리고자 하는 이유다. 그렇게 생산된 과일과 채소들은 스킵 가든에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포함해 주변 식당으로 공급된다. 

스킵 가든의 가장 큰 역할은 주민 참여와 커뮤니티 형성이다. 글로벌 제너레이션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에는 킹스 크로스 주변 많은 학교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나, 우리 그리고 지구’ 라는 주제로 아이들이 지속가능한 환경을 고민하고 가든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체험 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삭막한 공사 현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스킵 가든에서 과일과 채소의 씨를 뿌리고 가꾸면서 인공적인 환경 속에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깨닫는다.

글로벌 제너레이션 사람들은 스킵 가든을 ‘수천 개의 손에 의해 가꿔 지는 가든’이라고 부른다. 요일 별로 또는 짬 날 때마다 사람들은 가든에 와서 물을 주고 잡초를 뽑고 동네 사람들을 만난다. 스킵 가든과 같이 운영되는 가든 카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동네 사랑방이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안전모를 쓴 채로 가든 카페를 찾아 잠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올해는 런던대학교 건축학과 학생들이 스킵 가든에 그들이 디자인한 구조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스킵 가든이 런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예술까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독특한 작품과 가든이 어우러져 공사 현장은 더이상 시끄럽기만 한 공사판이 아니다.

많은 기관, 단체 그리고 사람들이 스킵가든을 지원하고 있다. 킹스 크로스 개발 주체로서 스킵 가든에 땅을 빌려 주고 있는 킹스 크로스 파트너쉽, 캄덴(Camden)과 이슬링턴(Islington) 구청, 복권 기금 등 많은 기업, 관공서 그리고 개인들의 후원금으로 이 가든은 운영되고 있다. 

일곱 개의 스킵으로 만들어진 이 정원은 8만 평이 넘는 킹스 크로스 재개발에서는 아주 작은 프로젝트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작은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들과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은 그 규모에 비할 바 아니다. 이제는 공사 구간 밖의 기업과 상인들 또한 그들이 지역 주민들과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한다. 무엇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재개발 과정에서 자연을 상기시키고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숙제를 끊임 없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스킵 가든은 진정한 '도심 속 오아시스'다. 주민을 쫒아내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하는 도시 재생의 과정, 회색 콘크리트로 뒤덮인 건설현장에서 한 줌 흙이 주는 소중함을 이 쓰레기 덤프통, 스킵 가든이 가르쳐 준다.

글: 김미경 선임연구원 사진: Global Gene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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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By Family


Family By Family


공공(共, public)이란 말은 정부-국가(state)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고, 사람-대중(people)에 더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다. 복지국가의 꿈을 꾼 이들에게 '공공'은 대체로 '국가'로 이해되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공공' 서비스는 국가가 시민에게 해주어야 할 '의무'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 국가가 기대했던 것 만큼 효율적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시장경제의 서비스 민감도에 비하면 한참은 뒤떨어 진다. 

너그럽게 보자면, 1980년대 이후 보수-시장주의는 국가에 부담한 돈(세금)의 값어치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능력 없는' 국가라면 시장(market)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감시역이나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조차 못해낸다. 이제는 국가가 시장의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는 그 결과였다. 한마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은 '큰 정부'도 '작은 정부'도 아닌,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work) 국가다. 그래서 '공공'은 '국가'에서 '사람' 쪽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중이다. 

그런 맥락에서 호주의 한 사회혁신 프로그램을 들여다 보자. 호주사회혁신센터(The Australian Centre for Social Innovation)가 시민들과 함께 디자인(co-design)하고 개발한 공공서비스 모델, [패밀리 바이 패밀리]다.

  출처: 호주사회혁신센터

출처: 호주사회혁신센터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과거 어려운 환경을 경험한 멘토 가족들(Sharing Families)과,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변화를 원하는 가족들(Seeking Families)을 연결해 주는 것을 골격으로 한다. 편부모 가정, 장애인 가족 등 공동체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가족들에 대해 기존의 복지 정책이 '시혜자'의 위치였다면 [패밀리 바이 패밀리]는 이들 경험을 공유하는 가족들이 함께 해결책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의 역할을 담당한다.

보통 두 가족들이 짝을 이루는 과정은 '스피드 데이팅'처럼 이루어진다. 흔히 [패밀리 바이 패밀리]로 연결되는 루트는 호주 아동보호국의 추천이다. 이들의 추천을 받은 가족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패밀리 바이 패밀리]의 '가족 코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양육권을 아동보호국에게 뺏길 위험에 처한 가족들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한 멘토 가족들(Sharing Families)의 프로파일을 보여준다. 공공서비스의 수혜자들 즉, 변화를 원하는 가족들(Seeking Families)에게 변화의 선택권을 먼저 주는 것이다. 

기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이 서비스 공급자의 입장에서 설계되었다면 [패밀리 바이 패밀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수용자 가족이 경험하는 과정을 따라 그들의 입장에서 설계되었다. 여기서 가족이란 성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모두를 능동적인 참여자로 보는 [패밀리 바이 패밀리]는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아이들도 멘토 가족 선택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패밀리 바이 패밀리]를 설명하는 동화책을 함께 읽어 주며 아이들의 적극적인 발언권을 이끌어 낸다. 부모들의 자녀 양육방식 문제에 초점을 두기보다, 가족관계 전체를 고려하는 것이다.

  동화책 [The huffs and the budges] (출처: 호주사회혁신센터)

동화책 [The huffs and the budges] (출처: 호주사회혁신센터)

변화를 원하는 가족(Seeking Families)이 멘토 가족을 선택하게 되면, 두 가족은 짝을 이루어 10~30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난다. 이 만남을 '링크-업(link-up)'이라고 부르는데, 함께 운동을 하거나 캠핑을 떠나기도 하고,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등 커뮤니티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한다. 링크-업은 가족 간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관계를 넘어서 가족들의 행동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보통 이는 세 단계를 거치게 된다. 

첫째 단계는 변화를 원하는 가족과 멘토 가족 간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둘째 단계는 '함께하는 단계(doing with)'이다. 가정 안에서 언어폭력이 문제가 되는 경우, 하지말라고 조언만 하기보다, '같으면서도 다른' 경험을 나누는 멘토 가족은 변화를 원하는 가족이 이 새로운 행동을 정착할 수 있을 때까지 옆에서 본보기를 보여준다. 셋째 단계는 '혼자 해내는 단계(doing without)'이다. 변화를 원하는 가족이 자신감을 쌓아 도서관, 클럽, 아동센터, 자원봉사 등 커뮤니티 안에서 일어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준다. 관계가 또 다른 관계로 이어지면서 사람들을 치유해 나가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80%의 가족들이 자신들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해 냈다.

[패밀리 바이 패밀리]를 운영하는 호주사회혁신센터(TACSI)의 대표 캐롤린 커티스(Carolyn Curtis)는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그들이 시작하고 싶은 곳에서 시작하는데 있다'고 강조한다. 해결책은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문제를 판단하고 도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끼리 동행하며 스스로 문제를 깨닫는 과정 속에 해소되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패밀리 바이 패밀리]의 스텝과 코치들은 두 가족 간의 만남을 주선하고 그들이 몇 번 만났는지 횟수만 세며 자연스럽게 해결책이 생기겠지라고 결과를 가정해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가족들의 행동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시나리오를 세우고 가설들을 검증하고 기록한다. 가족들과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그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료들을 함께 만든다.

[패밀리 바이 패밀리]는 올해부터 호주 전역으로 확산될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이끌어온 '호주사회혁신센터'는 스스로 덩치를 키우기보다 이미 네트워크를 갖춘 유니팅 커뮤니티스(Uniting Communities) 와 베네볼렌트 소사이어티(Benevolent Society)라는 두개의 비영리 기관들과 파트너십을 맺는 방식을 택한다. 정책 기관의 규모가 공공서비스 수준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책이 좋고 프로그램이 좋다고 언제 어디서나 잘 작동하는 것도 아님을 이들을 잘 알고 있다.

국가는 더이상 '은혜를 배푸는 중심'이 아니라 각 관계들이 공유하는 하나의 '질서'에 가깝다. 20세기에 등장한 '복지국가'의 이상은 아름다운 것이었다. 하지만 복지를 교조적으로만 이해하면, 그 속에 시민은 국가 서비스의 일방적 '수혜자'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누구나 소비자이면서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지금의 경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복지서비스가 '국가-공급자' 중심에서 '사람-수용자' 들의 관계로 새롭게 디자인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속에 혁신적이고 전문적인 중간조직, 비영리 기관들의 역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참고자료: Family by family explained for profession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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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ity Bank


Charity Bank


채리티 은행은 주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비영리 기관, 사회적기업, 지역공동체 회사 등을 대상으로 최소 약 25,000파운드(약 4천3백만원)부터 많게는 약 2백만 파운드(34억원)까지 융자를 제공하는 사회적 금융기관이다. 융자대상을 구성하는 채리티 은행의 포트폴리오는 항상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것도 채리티 은행을 시중은행과 구별짓게 하는 특징이다.

1992년 은행설립을 위한 아이디어 제안부터 채리티 은행 설립, 2011년 첫 흑자달성이후 2012년까지 20년간 채리티 은행을 이끌어온 말콤 헤이데이(Malcolm Hayday) 전 채리티 은행 대표를 만났다. 

채리티 은행은 영국 제3섹터 내 비영리기관과 자선단체들을 위한 자금지원활동을 벌이는 민간재단인 CAF(Charity Aid Foundation - 비영리-자선 지원 재단)에 의해 설립되었다. 실재 채리티 은행은 2002년에 등록되었지만 은행 설립을 위한 아이디어의 제안, 사업계획 수립, 기금 조성, 정부로부터의 허가 취득까지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다.

말콤은 대학 졸업 후 20년간 일반 상업은행과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금융전문가로 경험을 쌓았다. 말콤은 이 기간을 자기 인생의 '어두웠던 기간'이라고 소개한다. 금융전문가로서의 20년 경력이 말콤에게  일깨워준 확실한 한 가지는 바로, 은행이 고객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되지 않으며, 은행을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된다는 사실이었다. 이 시기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채리티 은행과 같은 사회적 금융기관을 만들고자하는 비전을 갖게했다.  말콤은 고객을 위해 존재하고 운영되는 금융기관을 만들고 싶었고, 1992년 그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인 CAF로 일자리를 옮겼다.

말콤이 강조한 채리티 은행이 집중해야할 금융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이 제공하길 꺼리는 소규모(약 25,000~50,000 파운드) 융자.  특히 담보나 과거 실적이 전무한 비영리기관 혹은 사회적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공되는 융자 제공
  •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융자가 아닌,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 융자 제공
  •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는 기관이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혁신을 진행할 때 요구되는 큰 규모(약 200만~300만 파운드)의 융자 제공

2013년, 채리티 은행은 더 큰 사회적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채리티로서의 지위를 버리고 주식회사가 되었다. 여신 규모에 따른 법적 규제에 따른 것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창립 취지의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보유자산이 1억 파운드를 기록하고 있는 채리티 은행은 향후 5년간 자산의 규모를 지금의 두 배, 2억파운드 수준으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채리티 은행보다 앞서, 사회적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던 다른 나라의 금융기관이 성장과 함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큰 규모의 융자만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으로 변모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산의 규모가 커지는 만큼 원래의 사회적 미션과 수익의 균형을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운 도전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성장과 사회적 미션이 반드시 충돌하는 가치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적 금융이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말콤의 채리티 은행이 그 필요성을 역설하고 존재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면 이제는 크라우드 펀딩, P2P 서비스 등과 같이 더 창의적인 방식의 더 다양한 사회적금융 수요가 등장하고 있다. 규모 있는 채리티은행이 인체의 동맥이라면 사회 전역에 구석구석 산소를 실어나르는 모세혈관도 필요한 법이다. 영국 사회적금융 생태계 전반의 밑그림이 좀 더 세밀하게 그려져야하는 시점인 것이다. 채리티은행을 은퇴한 이후, 자문역을 맡고 있는 스코틀랜드 지역 재투자 신탁(Scottish Community Re:Investment Trust) 에서 말콤은 바로 이러한 고민을 던지면서 새로운 사회적 금융 플랫폼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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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laha


Maslaha



Maslaha is an award-winning organisation creating new, practical resources for long-standing issues affecting communities. we do this through projects which involve building a network of collaborators, and creating products(such as dvds, websites and exhibitions) which help to improve a service, change attitudes and disseminate information.



This project aims to engage young Muslim men from disadvantaged communities in activities which will tackle some of the root causes connected with youth offending and re-offending. The project will practically address related social needs, and challenge negative stereotypes which can act as a barrier to opportunity and engagement for these young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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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ogan


ooogan


처음 ooo간(공공공간)을 소개 받았을 때, 폰트가 호환이 안되 ooo으로 표시된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우리 삶의 O간은 우리가 어떻게 채워넣고 나누느냐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비어있는' 곳이며 무한 창의의 곳간이다. 한국의 봉제산업 현장은 50년 이상 풀리지 않는 한국의 노동, 정치, 경제, 사회문제의 액면 그대로를 간직한 시대물의 셋트 같은 곳이다. 남들은 IT산업이 어떻고 미래성장산업을 떠들 때 전태일의 후배들은 비탈진 창신동 골방에서 여전히 웅웅거리는 미싱을 돌리고 있었다. 그 어찌할 수 없이 갑갑하고 '낙후된' 공간에서, 젊은 화가들은 새로운 oo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들 봉제 장인들과 새 길을 열었다. 어린이 미술교육에서 시작해 마을 간판사업, 짜투리로 버려지는 헝겊조각을 활용한 새로운 디자인 사업(제로웨이스트)에 이르기까지... 


Filmed by Chungyoung Pyo

 

Changsin-dong, Seoul

약 2000여개의 소규모 봉제 공장이 퍼져 있는 곳으로 동대문과 인접해 있다. 70년대 노동 운동 이후 동대문 평화 시장에 있던 봉제 공장들은 근처의 주거지역으로 흩어져 들어갔고, 창신동에는 지금도 주민의 70%가 봉제 산업에 종사한다. 주로 2-3인의 소규모 인원으로 부부나 지인들이 하나의 공장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창신동의 소규모 봉제 공장에서는 동대문에서 소비하는 카피 상품 혹은 단기 계절 상품 등을 제작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창신동 곳곳에서 쓰레기 봉지 안에 버려진 작은 원단 조각들을 통해서 유행하는 색과 패턴을 알 수 있다. (OOO간)

참고[노동없는 민주주의의 인간적 상처들](2012, 최장집), [창신동 라디오, 동대문 그여자 김종임] (이진순의 열림 [창신동 마을을 걷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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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ct


Urbact



URBACT is a European exchange and learning programme promoting sustainable urban development. URBACT enables cities to work together to develop solutions to major urban challenges, reaffirming the key role they play in facing increasingly complex societal changes. URBACT helps cites to develop pragmatic solutions that are new and sustainable, and that integrate economic, social and environmental dimensions. URBACT enables cities to share good practices and lessons learned with all professionals involved in urban policy throughout Europe. URBACT has 7,000 active participants in  500 cities and 29 countries.



How to create a sharing platter: Food, social innovation and collaboration across Europe

Across Europe, cities face similar economic, social and environmental challenges. We need new ideas and collaborative models to address these, in order to optimise our resources. We also need better ways to share solutions and learn from one another.



Photo by Hamish Jor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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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Life


Social Life



Social Life is a social enterprise whose mission is to reconnect place-making with people's everyday experience and the way that communities work. Social Life works internationally with communities, built environment professionals, public agencies and governments, putting people and social need at the heart of the way cities, towns and new developments are planned, developed and managed.




Photo by Hamish Jordan